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부산이다. 아버지 고향은 경상도와 전라도가 만나는 화개장터에서 멀지 않은 하동이고 어머니의 고향은 울산이다. 군생활은 대구에서 했다. 아내의 고향은 강원도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부분의 4050처럼 나도, 아내도 대학과 직장을 위해 청년과 중년의 시간을 보낸 곳은 서울이다. 어쩌다보니 나의 부부의 삶의 공간적 스펙트럼은 전국적인 셈이다. 나의 경우 따지고 보면 서울에서 산 시간이 지금까지의 삶 중 65%를 넘어가기 때문에 '넌 서울 사람이네' 하는게 합당하다. 하지만 내 목소리에는 소위 '보리 문디' 억양이 마치 문신처럼 새겨져 있다. 서울로 유학온 이는 나밖에 없는지라, 초,중,고 고향친구들은 주로 부산과 울산에 흩어져 생의 기반을 다져 왔다.
바쁜 직장일 때문에 1년에 두 번 명절과, 아버지 기일 한 번을 제외하고는 어머니가 홀로 계시는 부산에 내려가기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부자가 된 호모 루덴스, 나는 이번에 부울 (부산과 울산) 투어를 기획한다. 기획의도는 심플하다. 친구들, 그리고 고향친지 방문과 겸사 겸사 울산 구경. 전직장의 입사 동기로, 입사 동기회날 식사비는 늘 자기가 골든벨을 울리는 화끈하고 푸근한 친구 H (아직 안짤리고 울산에서 분양사무소장을 하는 능력자다.), 교대를 나와 초등학교 교감까지 하고 이제 은퇴전 교장직을 노리는 야심많은 선생님 친구 C, 그리고 부산에서 천방지축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중년의 나이에 숨겨온 사업가 기질을 발휘해 고향 울산에서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한창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사촌여동생 Y를 저녁때 보기로 했고 각 날들의 낮에는, 어렸을때는 엄마와 방학때 가끔 들렀지만, 20대 이후로는 회사 출장일 외에는 가본적 없는 울산 여행을 하기로 했다. 물론 낮 여행은 나홀로 여행이다.
친구 H의 제안에 따라 울산까지 회사차를 얻어 타고, 그의 울산 단골식당에서 회와 소주까지 대접을 받았는데, 체류할 숙소까지 제공해 주는 친구 H,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그 친구에게 해준거라곤 포르투갈에서 사 온 그린 와인 한병 뿐이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퇴실 할 때 방청소도 깨끗이, 쓴 수건들도 세탁기로 깨끗이 빨아 널고 숙소를 떠났던 기억이 난다.
도착한 다음날은 전날 친구와 마신 소주 그리고 광란의 노래방 공연 (탬버린 뿐 아니라 가발과 드럼까지 구비된 스테이지 형 노래방이라 나의 숨은 연예인 기질을 200% 발휘했더랬다.)의 후유증으로 늦잠을 잤고, 느즈막이 점심무렵 울산 시청근처 해장국 맛집으로 향한다. 이름은 '종가 돼지국밥'. 점심인데 내앞에 네 명이 줄을 서 있고 허름하지만 손님들로 빽빽하다. 공업도시 울산은 그간의 발전 속도 만큼이나 속전 속결 식사 분위기다. (근처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 짧아서 일지도...) 아예 쟁반으로 차려진채로 먹고나면 쟁반채 거두어가는 공장형 시스템이다.
부른 배를 꺼뜨리는 것이 과제인 만큼 산책은 필수다. 근처 신정 시장을 느릿느릿 구경한다.
나의 발길은 태화강으로 향한다. 근데 내가 오랜만에 찾아온 태화강은 나를 정말 놀라게 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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