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약 후유증 때문에 괴롭다. 엉치뼈 까인거는 여행자 보험이 될라나?
여행은 크고 작은 상처를 남긴다. 하지만 그 상처마저 보듬을 수 있어야 진정한 자유인이다.
아침으로 2유로짜리 맥모닝 두세트와 숙소에 구비된 돌체 구스토 커피를 마시고 굴벵키안 박물관으로 향한다.
굴벤키안 박물관은 한마디로 훌륭한 도심 공원이다. 오리와 비둘기들의 천국이다. 도심에서 인간과 자연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이 감동스럽다. 정원은 무료지만 박물관 입장은 유료다. 약 1시간 정도 이집트, 그리스/ 로마, 그리고 17,18세기 근대 유물과 작품들을 감상했는데 화려함과 정교함의 끝판왕이다. 불멸에 대한 욕망, 다른 왕족과의 차별화에 대한 욕구가 투영된 작품들이 아우성 치고 있었다. "내가 제일 잘났다!!!, 난 특별해!!!, 난 달라!!!" 마네, 모네, 루벤스, 램브란트 등 근대 유명 화가들의 명화들도 소장되어 있다. 수집가 굴벵키안은 한점 한점씩 소중하게 모은 이 많은 수집품과 애장품을을 두고 어떻게 눈을 감을 수 있었을까? 굴벵키안 덕분에 우리부부의 눈이 호강했다.
관람후 야외 카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문어 해물밥과 닭요리,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화이트 와인을 마신다. 비둘기와 오리새끼들이 겁도 없이 친근한 척 하며 접근한다. 심지어 옆 테이블에 손님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테이블 위 남은 음식을 향해 비둘기 십여마리가 득달같이 날아든다. 동물들의 남은 음식 쟁탈전은 이 곳 카페의 일상인 듯하다. 빵쪼가리 하나에 경쟁하는 비둘기들이나, 먼저 승진할려고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는 직장인들이나 차이가 없다. 큰 빵조각 하나를 쟁취하기 위해 여러 마리가 몸싸움을 하다가, 한 녀석이 빵대신 아예 동료 비둘기를 쪼기시작한다. 녀석들의 싸움을 바라보며,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떠올랐다. 무한 경쟁은 지극히 자연스러움인가? 만인대 만인의 투쟁, 약육강식이야 말로 신이 원하는 세상의 본래 모습이란 말인가?
야외 테라스는 빈자리 없이 만원이었는데, 우리 부부가 식사를 끝내고 자리를 비우자, 우리 자리를 노리던 한 팀들을 제치고 욕심많게 생긴 한 아주머니가 잽싸게 우리 자리를 선점한다. 비둘기들의 경쟁이나 인간들의 경쟁이나 차이가 없다는 생각에 이제 '만물의 영장' '호모데우스'가 되었다고 교만의 극치로 달리는 인간들의 세상이 코미디 처럼 느껴진다.
오리 똥을 밟으며 멋진 정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아내는 카메라를 위로 치켜들고, 근처 리스본 공항에서 하늘 높이 이륙하는 비행기를 찍기에 바쁘다. 하지만 아무리 찍어도 카메라 사진 속의 비행기는 조그마할 뿐이다. 실제 매우 작은 피사체라도 우리 눈이 목표로 할 때는 훨씬 크게 인식하는게 우리 뇌의 작용이란 것을 깨닫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때 그 주위의 다른 사람들은 전혀 눈에 들어 오지 않는 현상과도 같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베르트랑 서점을 찾아간다. 아말리아 호드리게스 정원, 에두아르두 7세 공원을 보면서 쉬엄쉬엄 걸으면 약 19분 거리라, 아내가 견딜만 하지 않을까 했으나 다리가 아픈지 천천히 아내의 볼멘소리가 시작된다. 그리고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우리가 도착한 서점은 베르트랑 본점이 아니라 분점이었다. ㅠㅠ. 본점은 시아두 지역에 있고 여기서 걸어서 다시 34분 거리이다. 아픈 다리를 주무르며 도끼눈을 한 아내를 달래려고 맥도날드에서 Sundae Chocolate 두 개를 사다준다. 당이 충만해지자 활기를 되찾은 아내는 근처 쇼핑몰의 옷가게를 혼자 둘러보겠다고 나선다. 나는 맥도날드 한켠에서 가방을 지킨다. 좀전까지 다리가 아프다던 아내는 사라지고,다리 아픈줄 모르고 쇼핑을 사랑하는 아내가 나타났다... 맥도날드 선데 초콜릿에 축복을!
걷기는 포기, 우버를 타고 세상에서 제일 오래되었다는 베르트랑 서점 본점으로 다시 향한다. 가장 붐비는 바이샤 시아두 역 근처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축구 광팬들 시위 때문인지 엄청 막힌다. 책 냄새가 확 풍겨 오랜 역사와 전통의 느낌이 드는 베르트랑 서점은 다소 실망스럽게도 시각적으로는 그냥 여느 서점이랑 비슷하다. 포르투의 렐루서점에 비해서는 역사성은 떨어져보인다. 초입에는 관광객들을 타게팅하는 포르투갈 화보집들이 진열되어 있다. 여행 코너에 일본 여행서는 있는데 한국 여행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는 사실 때문에 섭섭함과 실망이 밀려왔다. 다행히 중국 여행서도 안보여서 외롭지는 않다만, 한번 이유를 생각해본다. 아직 유럽인들에게 한국은 낯선가? 강남스타일, BTS, 오징어 게임도 모자라나? 아님 포르투갈에서만 한국 여행서가 없는 것일까? 바빠보이는 남자 직원을 붙잡고 물었다. "한국 여행서는 있는거야?" 직원은 귀찮다는 듯이 "여기 안보이면 없는거야" PC를 검색하든 시간들여 찾는 척이라도 좀 해줬음 좋으련만 이건 너무 성의없는 것 아냐? 즉문 즉답에 기분이 나빠진다. 한국여행객들의 반복된 질문 탓일까? "한국을 좀 더 여행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 필요가 있겠어. 유럽인들이 한국에서 달러를 팍팍 써도록...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님은 뭘 하시는 지...
그 옆의 카페 '아 브라질레이라'는 국민 작가 '페르난도 페소아'가 자주 들렀다는 불확실한 전설로 유명한데, 불확실성을 불식시키고 싶은지, 혹은 상업적인 이유인지 의자에 앉은 페소아 청동상을 만들어 놓았다. 박혼비 작가의 '전국축제자랑'이라는 책에는 충남 예산 의좋은 형제 축제에 대해 나온다. 우리가 잘 아는 '의좋은 형제 이야기' (형님먼저 아우먼저 하면 이해 될 것이다.) 를 이해하기 쉽도록 온갖 형상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시각화에 대한 사피엔스의 끝없는 욕망은 글로벌 현상이란 것은 분명한 듯하다. 카페를 그냥 지나치기 뭐해서 인증샷 몇장 찍고 내부를 슬쩍 일견 했는데 매우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다.
저녁식사를 위해 검색해 놓은 아우구스타 거리의 'UMA'로 향한다. 손님들은 대부분 한국, 중국 등 아시아인들다. 메뉴는 해물밥 한가지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마치 한국의 콩나물 국밥이나 김치찌게 전문점 같다. 테이블도 다닥다닥 붙어있어 매출을 높이는데 최적화 되어 있다. 현금결제 밖에 안되고 먹고 난 다음 인터넷 하지말고 빨리 나가란 말인지 와이파이도 안된다. 그런데 해물밥은 우리 입맛 즉 아시아 인 입맛에 맞다. 씬살이라고 해서인지 짜지도 않다. 새우, 모시조개, 홍합, 게가 들어간 요리인지라 체면 무시하고 수저와 젖가락을 팽개치고 손을 사용한다. 밀려오는 포만감에 빵을 안시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까지 걸어오면서 아내의 쇼핑 미션들을 완수 한다. (Coutto 치약, Wells의 화장품 등) 여행의 끝이 임박하고 있다. 내일이 마지막 날이라니...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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