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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행하며 놀기

포르투갈 여행 - 라구스에서 다시 리스본으로 (5/28일)

by 졸바맨 2023. 7. 14.

리스본과 포르투에서 쌓였던 '도시형' 투어 스트레스가, 라구스에서의 '자연형' 투어로 해소되었다. 돌이켜보면 우리 부부에게는 자연형 투어의 만족도가 큰 듯하다. 조지아의 카즈베기, 오스트리아의 티롤, 호주의 케언즈,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인도네시아 발리, 태국의 푸켓이 자연형 이었는데 공통점은 다시 한번 더 가고 싶은 곳이라는 점이다.

 

오늘은 라구스에서 리스본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침은 햇반에 김치, 김, 야채 참치로 해결했다. 리셉션 제시카에게 숙박비 435유로를 결제하면서 어제 베나길 카약 투어비 80 유로도 현금 결제한다. 겸사 겸사 아내의 터진 바지를 꿰맬 바늘과 실을 빌리고, 전화 안받는 리스본 숙소의 Nuno에게 음성 남겨달라 요청할 때, 포르투갈어 통역을 부탁했다. 감사한 마음에 우리나라 전통 새색시 열쇠고리를 선물했더니 정말 좋아한다. 해외여행할 때 추천할 만한 팁인데, 한국적이고 부피 안나가는 선물을 좀 준비해서 현지인에게 선물하면 민간외교도 되고, 때론 +알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으니 참고 바란다.

 

10시 30분에 우버를 불러 타고 라고스 버스 터미널로 이동하니 너무 일찍 도착했다. 화장실 한번 더 가고, 주변 산책 좀 한 후 11시 30분 발 버스에 승차한다. 11시발 버스는 10분 늦게 출발했는데, 우리가 탄 11시 30분 버스는 11시 28분에 그냥 출발한다. 시간이 멈춘나라인지 시간 개념이 없는 나라인지 아리송하다. 우리 트렁크 두 개가 버스 짐칸에 잘 실렸는지 몇번이나 확인 또 확인하고 탑승 후 드디어 출발... 근데 아뿔싸. 리스본행 논스톱이 아니라, 남부 도시들 즉 포르티망, 알부페이라 등 왠만한 도시는 다 들르는 완행이었다.

 

좌: 라구스 버스터미널, 중: 안전하게 실린 우리 트렁크들, 우: 알부페이라에 정차한 우리 버스

12시가 넘어 배는 고파오는데 아내에게 밥 먹자고 하니 중간에 휴게소를 들르는지 확인해 보라고 한다. 버스안에서 식사하고 음료를 먹은 후 갑자기 요기를 느끼는 상황에서, 버스를 안 세워주면 어떡하냐는 걱정이다.  옆좌석의 현지 친구한테 물어보니 "상식적으로 중간에 한번은 세워주지 않을까?" 라고 한다. 왠지 믿음이 안가, 질문을 구글번역앱으로 돌려 운전사 할아버지한테 물어보니, 오마이갓, 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는지...  농 (No)라는 포르투갈어인지 영어인지도 모를 단어 하나를 단호하게 내 뱉었고, 우리는 부풀어오르는 오줌보를 참는 고통을 장장  다섯 시간을 견뎌야 하는 반 인권적인 상황에 처했음에 분노와 절망감을 느낀다. 이래서 유럽은 버스 보다 기차 여행이 답이란 말인가?


그런데 하늘도 무심하지 않으셨는지 상황 급 반전! 알부페이라 버스 터미널에서 새로운 손님을 태우는 15분 동안 기존 승객에게 화장실 갈 시간을 준다. 우린 화장실을 잽싸게 갔다와서 혹여 버스가 도망 갈까 바로 앞에서 아침에 싼 바나나+쨈발라 빵을 먹는데, 우리가 측은했던지, 운전기사 할배와 그의 내연녀 처럼 보이는 핑크색 블라우스 아줌마가 손짓을 한다. '출발 바로 안할 테니 천천히 먹어. 체할라' 라고 하는 것 같다.

 

알부페이라를 다시 출발. 지금 생각해 보면 라구스 to 리스본 버스는 라구스 -> 알부페이라는 완행, 알부페이라 -> 리스본은 논스톱이었던것 같고, 알부페이라에서 원래 화장실 갈 시간을 주는 것인가 싶다. 참고로 포르투갈 버스는 온라인 티켓 예매시 좌석마다 요금이 조금씩 다르다. 뒷자석이 싸고 앞으로 갈수록 비싸다. 우리 부부는 유투브도 보고, 잠도 잔다. 기차로 올 때와는 풍광이 다르다. 황갈색 들판과 엽서에나 볼만한 새파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과, 듬성듬성 초록빛 나무의 풍경이 펼쳐진다. 3시간 즈음 지나니 리스본에 가까워졌고, 리스본에 다가갈수록 하늘의 구름은 점점 많아진다.

리스본의 서울역인 오리엔테 역. 뭔가 모던하고 최신식일 줄 알았는데 배신당했다. 무거운 트렁크 두개를 끌고 메트로를 타려면 엘리베이터로 내려가야되는데 모두 고장이다. 결국 낑낑거리며 계단으로 트렁크를 옮긴다. 아직 내 근육이 튼튼하길 망정이지 나중에 숟가락 들 힘도 없어지면 이런 상황이 지옥일테지...


숙소는 지난번 리스본 숙소와 동일하다. (O Quinto Esqerdo) 메트로 레드 라인으로 살디냐역에 내리니 마치 고향에 온 듯하다. Check in 알바, 프란시스코한테서 열쇠를 받고 입실. 와우!!! 첫날 숙소와 같은 5층 인데 이번엔 뷰가 끝내주는 방이다. 기분이 업된다. 오늘 저녁은  예전에 두번이나 갔었던 호시우역 근처 'El Rei Dom Frango'에서 아내는 뽈뽀 (문어구이), 나는 바캴라우 아 브라사를 먹는다. 아내는 뽈뽀 중독이다. 식사후, 호시우 광장을 산책하다 '아진자'에서 진자 한잔 드링킹. 그리고 집근처 '콘티넨떼'에서 도우루 화이트 와인 한병과 체리, 착즙주스를 사서 천천히 숙소로 걸어간다.

 

다시 찾은 리스본 숙소 O Quinto Esquerdo
좌: El Rei Frango에서 저녁 (뽈뽀구이와 바캴라우 아 브라사), 중 : 호시우 광장, 우: 숙소 근처 한 건물
리스본 복귀 기념 Douro 화이트 와인 한잔

 

리스본 복귀 기념으로 화이트 와인 한잔을 마시고 취침. 내일은 굴벵키안 미술관을 볼 예정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