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보통 포르투 오면 와이너리 투어를 많이 하지만, 술에 대해 관심이 없는 아내를 배려해 과감히 와이너리 일정은 빼고, 호카곶의 오스트리아 아줌마가 추천해준 마토지누스를 둘러보기로 한다.
아침 식사는 볼량 빵집에서 산 빵, 납작복숭아, 체리로 해결하고, 숙소 나서기 전 밀린숙제를 Valeria를 통해 해결한다.
첫째 : 상벤투 역에서 캄파냥역까지 시간표 확인 (이 시간을 잘 체크하지 않으면 포르투발 리스본행 급행열차를 놓칠 수도 있다.)
둘째 : 라구스에서 리스본행 버스 예약 (버스회사 웹사이트가 왠지 못 미더워, 미리 온라인 예약을 하지 못했다.) Valeria가 예약 도와줘서 성공. (2인 티켓 30유로) 내 카드가 안되서 일단 Valeria 카드로 결제하고 대신 현금을 전해 주었다. 친절한 아가씨 Valeria. 앞으로 뭘하든 꼭 성공하고 좋은 파트너 만나길 마음속으로 빌어준다. 그리고 Valeria통해 안 사실. 리스본에서 숙박 중간 즈음 청소를 해준다길래, 아침에 퇴실하기 전 침대에 tip을 올려놨는데 저녁에 들어와보니 청소는 해 놓고 tip은 그대로 였었다. 그 이유가 도대체 뭐냐고 물었더니, 절도범으로 오해받을 까봐 보통 마지막 체크아웃시 놓은 tip만 갖구 간다고 한다. (우리는 tip 금액이 너무 적어 기분 나빠서 손을 안댔나? 하는 오해를 했었는데 다행이다.) 포르투 숙소 'Oporto das Aldas'는 Booking.com으로 사전 예약했는데 만족하는 이유는 네가지다. 첫째, 샤워시 수압이 초강력이다. (마사지 받는 느낌), 둘째, 위치가 좋다. (시내 중심이고 상벤투 역에서 멀지 않고, 뷰도 좋다.), 셋째, 조용하다. (잘때는 갈매기도 우리 눈치를 보는지 조용했다.), 넷째, 직원이 친절하다. (우리 Valeria)
가벼운 마음으로 어제 이미 타본 2층 버스 500번을 타고 마토지누스로 향한다. 2층 맨 앞자리 명당석에 전면과 측면 파노라마 전망을 실컷 즐긴다.






약 40분 넘게 이동해서 거의 종점 근처 (Mercado = Market 정거장)에 내려서, Valeria가 소개한 식당 'Teresa'에서 점심을 먹는다. 주문한 메뉴는 Cuttlefish (구운 갑오징어, 12 유로)와 Atlantic Bonito (구운 대서양 가다랑어, 15유로), 그리고 하우스 와인 (그린 와인) 1.5리터 (3유로), 빵 1.4유로이다. 총 33유로 밖에 안나왔는데 맛이 환상적이다. 가성비 갑으로 강추한다. 행복한 식사는 행복한 여행의 필수요건이다. 또 행복한 식사뒤에서 행복한 산책도 필수다.








산책겸 시장구경을 한다. 포르투갈에서 맛에 반해버린 현지 과일, 납작복숭아와 체리를 또 산다. 시장에서 나오니 갑자기 비가 내린다. 헉~ 하지만 다시 햇볕 쨍쨍. 열대성 소나기다. 과연 지구 온난화로 한국뿐 아니라 포르투갈마저 늦봄에 열대성 소나기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잠시 깨닫는다.






산책의 백미는 역시 해변 산책이다. 구글맵으로 해변을 찾아가다 유럽 최대 수퍼마켓 체인 '리들'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으며 더위를 식힌다. 막상 해변에 도착하니 너무 뜨거워, 해변 카페의 테이블을 하나 차지하고 에스프레소 한 잔에 레모네이드 한 잔을 시킨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땀방울을 닦아준다. 모래사장은 타들어간다. 저쪽 모래밭에 작열하는 태양 아래 온 몸을 태우는 유럽인들이 놀랍다.... 그들은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 이란 노랫 가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레모네이드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멀리 바다뷰가 멋있지 않았다면 웨이터의 멱살을 쥐었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500번 2층버스를 타러 종점의 버스 정류소를 찾아 간다. 근데 어디가 종점인지 헷갈린다. 구글맵과 뭔가 다르다. 갑자기 빈 500번이 휙 지나간다. "헉, 뭐야? 왜 그냥가!!" 한국말로 욕도 했다. 뙤약볕에 짜증 임계점 돌파 직전에 어느 잘생긴 포르투갈 아저씨가 저기라고 손짓을 한다. 아마도 우리가 정류장 찾아 해메는 걸 물끄러미 봤나 보다. 아저씨한테 고맙다고 눈인사만 전하고 거기서 20~30분을 또 기다린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태양아래 인내심이 바닥나며 택시나 우버를 타버릴까 고민하던 찰나 드디어 500번 도착. 1등으로 승차해서 2층 데크 맨 앞좌석 뷰를 보며 출발하는데 허걱 이번에는 에어컨을 안틀어준다. ㅠㅠ (오늘 500번 투어는 상한가로 시작해서 하한가로 끝났다고 정리 할 수 있겠다.)



드디어 상벤투 역 하차해서 다음 코스로 걷는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맥도날드 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마제스틱 카페를 슬쩍 구경하고, 한번도 가본적 없는 '산타 카타리나 거리'를 구경한다. 서울의 홍대거리 느낌인데 버스킹도 즐기고, 좋아하는 가죽의류 매장 '마시모 뚜띠' 도 구경하고, 길거리 무료 레트로 사진 촬영도 한다. (1유로를 기부했다.) 다시 우리의 최애 시장 볼량 시장의 2층을 구경 후, 체리와 빵을 사서 나온다.
아시아 요리가 그리웠던 우리는 볶음 요리 체인점 'Wok to Walk'에서 볶음면 2인분을 사서 숙소에서 김치, 햇반, 김과 함께 먹는다. 그동안 이국요리에 다소 지쳐 있던 우리들의 위장은 그렇게 치유된다.





오늘은 포르투의 마지막 밤. 어제와 마찬가지로 범생부부의 스타일을 깨고, 간단히 신변 정리 후 다시 밤산책을 나온다. 중독된 착즙 오렌지 주스와 물 1.5리터 사서 숙소에 갖다 놓고, 동루이스 1세 다리와 건너편 모루 공원으로 가서 도루강으로 떨어지는 환상적인 일몰을 감상한다. 낙조를 보려는 수많은 여행객들이 동루이스 다리 위와 공원에 바글거린다. 모루공원 앞 색스폰 연주자의 음악이 모두를 멜랑꼴리하게 만든다. 다리를 지나가는 전철은 빵빵거리고 와인에 취한 각국의 여행객들의 상기된 얼굴들은 스쳐 지나간다. 어디선가 포트와인, 그린와인에 취한듯한 혀꼬인 한국말이 들린다. 그렇게 왁자지껄하면서도 잔잔한 포르투의 석양이 사진들로 박제된다.







내일은 포르투에서 남부 휴양지 라구스로 이동 예정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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