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싫어하는 음식이 칼국수다. 칼국수, 수제비, 짜장면 같은 밀가루 면 요리는 이상하게 소화를 잘 못시킨다. 반면 아내의 최애 메뉴가 또 칼국수 되시겠다. 그래서 칼국수는 우리 부부가 서로 마주보며 먹은 적이 거의 없는 음식되겠다. 아내는 가끔 친구들이랑만 칼국수를 먹는다.
며칠전 홍대에서 피자를 먹고 소화도 시킬겸 걸어서 귀가하던 중, 서교동에서 발견한 카카오맵 평점 4.0 넘는 식당이 여기다. 아내는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처럼 환호했고, 나는 길가다 비둘기시체를 본 것 처럼 짜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아내의 생일. 나는 가장으로서 통크게 양보하고, 아내가 좋아하는 칼국수를 먹으러 이곳에 왔다. (왠지 나 멋있는 듯...)

한자를 잘 모르는 MZ세대는 기분 나쁠수 있겠다. 식당 밖에 상호명 '평이담백' 에 대한 한글은 없다. (그냥 '뼈칼국수'만 기억하라는 뜻인가 보다.) 식당 안에 들어가니 상호가 보인다. '평이담백'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평이하고 담백한 맛? '깨끗하고 욕심없는 한그릇...' 나쁘지 않은 멘트이다.

평이담백에 대한 구구절절 설명이다. 일단 믿음을 주기위한 스토리텔링 마케팅 기법이다.

가격도 평이해서 좋다.

70년대식 포스터가 올드갬성을 자극하고 '숙성면'이라 적힌 창문 안에 칼국수를 뽑는 장면을 직접 보여준다. '부드럽지만 탄력이 있는 면을 위해 숙성면을 사용한다'고 재료 설명을 아끼지 않는다.


아내의 주문은 뼈칼국수 하나, 비빔칼국수 하나 그리고 공기밥 (1,000원) 하나다. 아내는 비빔을 먹고 나는 뼈와 밥을 먹기로 했다. 물론 뼈칼국수의 국물은 쉐어한다. 오 놀라워라!! 오 신이시여 진정 인간이 만든 사골국물인가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렇게 진중한 국물 맛은 처음이다. 오늘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다.

산처럼 쌓인 고명 좀 보소~ 그리고 야들야들한 뼈의 살들...

비빔칼국수의 비쥬얼도 끝내준다. 나중에 아내의 비빔 쏘스를 훔쳐 먹었는데 장난 아니다.

돼지뼈에 붙은 이 야심찬 살들 좀 보소... 감동의 물결이 뼛속까지 사무친다.

얼큰한 국물 좋아하는 MZ, 입맛이 없는 중년, 자식들이 안 찾아와서 우울한 노년 분들께 강추한다. 스트레스 풀고 푸드 힐링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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