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 시리즈가 다시 시작되었다. 나의 최애 예능 프로그램이다. 알쓸범잡을 제외하고 알쓸신잡-알쓸인잡은 반드시 본방 사수 였다. 나는 왜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걸까? 나는 지식이 많은 사람이 부럽다. 더욱 부러운 것은 그 지식을 맛깔나게 잘 전달하는 사람이다. 특히 인문학의 유시민, 문학의 김영하, 건축의 유현준 그리고 과학의 김상욱은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자, 청산유수의 달변가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더욱 존경 받아야 하는 점은, 대중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능력 때문이라고 본다.
알쓸별잡 첫방송은 뉴욕 현지 로케였다. 이 방송에서 가장 감동을 받은 부분은 김상욱 교수의 원자폭탄 원리 설명이다. 사과와 블루베리(?)를 가지고 우라늄 동위원소, 중성자를 설명하는데 어찌나 귀에 쏙쏙 들어오던지... 김상욱 교수를 가이드로 전세계 과학 박물관이나 무기 박물관 투어를 다니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유현준 교수도 만만 찮다. 나도 구독자인 그의 유투브 채널 '셜록 현준'은 벌써 100만 구독을 돌파했단다. 유교수는 건축과 도시의 형성 원리나 유래에 대해서 누구보다 많이 알고,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분이다.
이번에 새로 조인한 뉴페이스가 있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이다. 이분도 나름 '빨간 책방'이라는 팟캐스트에서 내공을 키워 지금은 영화배우들과 인터뷰도 하고 공중파에도 나오는 나름 유명한 지식인이다. 근데 아무래도 신입이다 보니 가끔 오디오도 씹히고, 표정이 너무 경직되어 여유가 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다음 방송분 부터는 본인의 장기인 영화나 인문학에서 수많이 지식이 봇물터지듯 분출하리라 기대해 본다.
첫 방송이라 그런지 출연자들의 긴장감이 살짝 느껴졌다. 내돈 내산이 아니라 TVN 방송 참여라고 생각해서 인지 뭔가 내 지식을 후회없이 방출하고 분량을 확보해야 된다는 압박감들은 좀 계실 듯 하다. 이런 압박감에서 조차 자유로운 진정한 자유인들이 바로 김영하 작가나 유시민 작가이다. 아마도 직업적인데서 오는 자유로움이 아닐까 싶다? 내가 보기에 작가들이 제일 자유롭다. 조직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두 교수님들은 뭔가 남을 가르쳐야 한다는 의무감은 좀 있는 듯 하다. 방송중에 두 교수님의 배틀 상황이 연출되었다. 장항준 감독이 "마치 공성전 같다" 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런 지식 배틀 또한 이 프로의 재미이다.
뉴욕에서 6년동안 거주 한 적이 있는 유현준 교수가 뉴욕의 유래나, 뉴욕의 도시 구조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우리 김상욱 교수도 만만찮은 내공의 소유자다. 뉴욕 역사 박물관을 한번 쓱 둘러보기만 해도 뉴욕 역사를 마치 역사 교수님인 듯, 혹은 뉴욕 여행 가이드인듯 줄줄줄 설명한다. 하지만 Street (동서방향 도로) 와Avenue (남북방향 도로) 의 차이, 타임스 스퀘어가 왜 번화한 거리가 되었고 광고판으로 도배가 되었는지, 뉴욕이 어떻게 파리를 넘어선 글로벌 도시가 되었는지 그리고 1년에 1mm씩 가라앉는 뉴욕시와 침수 방지 대책 같은 부분은 유현준 교수의 전문이다.
가장 흥미로운건 퇴역 항공모함과 잠수함을 방문후 설명하는 밀덕 (밀리터리 덕후) 김상욱 교수의 지식 분출이다. 관제탑이 왜 오른쪽에 있는지, 유럽의 철도폭이 러시아의 그것과 다른 부분이 독일의 소련 침공을 어떻게 막았는지, 원자 폭탄의 원리와 맨해튼 프로젝트이야기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영화 오펜하이머 이야기로 김상욱 교수의 현란한 설명과 출연자들의 보태기로 성공적으로 스타트를 끊은 것 같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방송 시간이다. 목요일 저녁 10:30 시작에 왜 12:10분에 끝나는 건지... 다음날 출근해야 할 직장인은생각하지 않는 TVN의 시간 편성에 분노한다. 12시 넘겨 취침하면 불면증이 도지는 나는 그날 세시간 밖에 못잤고, 다음날 하루종일 해롱거렸다.
하지만 이번 알쓸별잡 시리즈도 참신한 시도를 많이 해서 시청자의 애정을 듬뿍 받고 방송시간도 다시 9시 골든타임대로 조정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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