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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행하며 놀기

나의 포르투갈 여행기 - 한밤중 리스본 도착 (5월 16일)

by 졸바맨 2023. 7. 2.

드디어 떠난다.  리스본으로!!!  I believe I can fly~

대한항공이 비싸지만 좋은 건 한국어 자막으로 신나게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거... 내가 아무리 26년 해외영업 베테랑이라고 해도,

나의 모국은 한국. 해외를 다니면 다닐 수록 치솟는 나의 애국심...

국적기에 대한 강한 애착 (사실 마일리지에 대한 집착....)

 

리스본으로 날아가는 일정은 인천  to 암스테르담 →  스키폴 공항에서 2시간  Transit → 암스테르담 to 리스본 이다.

비행기 여행의 재미는 단연코 기내 영화 관람.

인천 to 암스테르담은 13시간의 장정이다.

요즘 영화가 보통 2시간~2시간 반이니 계산상으로 

약 다섯편의 영화를 때릴 수 있다. 하지만 잠도 자야 하고,

화장실도 갔다 와야 하고, 눈도 아플테니 두편 정도만 때리기로 했다.

 

류승룡, 염정아 주연의 "인생은 아름다워~" 와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의 "더 파벨먼스" 다. 

그중 "더 파벨먼스"는 약간의 울림이 있는 영화라 나중에 서울서 재시청 하고 싶다.

스키폴 공항 도착이 임박하자 나는 긴장한다.

22년 6월경 유럽 출장 때, 2시간 Transit이었는데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마드리드가는 이베리아 항공을 놓치는 바람에 공항에서 노숙자 신세로

꼬박 밤을 샜던 트라우마가 있어, 스키폴 공항 Transit 2시간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짐검사는 무난.  이제 게이트로 가면 되나 했더니

Passport Control 긴 줄이 떡 버티고 있다. 

유럽에선 Passport Control을 최종 도착국가인, 포르투갈의

리스본 공항에서가 아니라, 도착 최초 EU 국가 즉,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한다는 것은 나중에 깨달은 사실...

 

기다리는 줄이 엄청나게 길다. 손에선 땀이 난다.

Transit 시간은 정확하게 1시간 55분이었지만,

인천에서의 약간의 출발 지연, 짐검사 시간 보내고 나니 결과적으로 보딩시간은 촉박했다.

여권검사 카운터 중 EU라인은 몇사람 없다.

반면에 비 EU 외국인 라인은 단 1개뿐으로 끝도 없는 줄이다.

여권검사하는 홀랜드인 검사관은 호주의 코알라보다 느리다.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에 내 앞의 미국인 여행객과 유럽의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성토한다.

그는 영국 여행 후 독일로 돌아가는 중인데 나처럼 보딩 시간이 1시간 밖에 남지

않다고 한다. 그 친구 왈,

네덜란드는 최근 거의 매주 공항 노조가 파업을 한단다. 내가 개고생했던

런던 히드로 공항의 경우도 최근에도 격주로 노조 파업을 한다고 한다.

한때 세상을 호령하며 잘나갔으나, 지금은 늙은 호랑이가 된 유럽을

실컷 욕하고 나니 기분도 풀리고 줄도 조금씩 줄어든다.

 

걱정반 분노반 여행객들의 표정을 감지 했는지 여권검사 요원이 2명 더 보강되니,

줄이 빨리 준다. 드디어 우리 부부 차례,

유럽에서 외국인의 유입이 중요한 이슈라 그런지 꼬치꼬치 묻는 것도

많다. 돌아갈 날짜가 언제인지?  돌아갈 티켓은 있는지 다 확인한다. 

(여보세요. 우린 1인당 GDP 3만불의 대한민국에서 왔어요. 

우리가 훨씬 살기 좋은 나라거든요? - 또 애국심, 민족적 자존심이 솟구친다.)

 

다행히 우리는 통과하니 아직 보딩까지 40분은 남았다.

 

우리를 암스테르담에서 리스본으로 데려다 줄 항공은 KL. 

비행시간이 3시간이라 기내식이 없을 줄 알았는데 왠걸 샌드위치를 준다.

샌드위치 먹고 멍때린다. 3-3 좌석 소형 항공기라 스크린도 없다.

18시간 동안의 긴 여정을 거의 불면으로 일관한 나의 몸이 축 쳐진다. 

 

하지만 리스본 공항에 도착하면서 생애 첫 포르투갈 여행의 긴장감이

나를 깨운다. 리스본 공항에서 우버를 불렀는데 공항 내부 구조를 잘 모르니

접선이 쉽지 않다. 초행길인 공항 안에서 너무 해메면 아내가 

해외 전문가인 나를 뭘로 알까 싶어 당당하게 큰 트렁크를 

밀면서 쭉쭉 앞서 걸어가는데 사실은 헤메고 있다.

한밤중에 도착한 어두운 리스본 공항은 미로같다. 아내의 눈빛이 

불안 반 분노 반으로 떨리고 있다.  

정신 차려라 되!! 정신 차려야 되!! 

 

약 30분을 공항 안팎을 헤맨끝에 드디어 빌어먹을 우버기사와 접선을 성공하고 출발... 휴~

차라리 택시를 타는게 나았을 듯 싶다.

 

첫 숙소는 리스본 약간 북쪽의 한 아파트이다. 이름은 "O Quinto Esquerdo"

출발직전 확인한 놀라운 사실은 체크인 시간이 저녁 9시면 끝난다는 사실.

이후 도착하는 게스트는 별도로 50유로 추가 수수료를 내야 한단다.

와츠앱으로 교신한 집주인 왈, 호텔이 아닌 아파트라 리셉션이 따로 없으므로 

Check in 도와주는 알바가 기다리고 있다가 문을 따줄 꺼고

수수료는 그 친구에게 주면 된단다. 통상 출장가면 최소 3~4성급 호텔에만 묵는

버릇이 든 나에게 이건 황당한 얘기였다. 아 법카쓰던 시절이 좋았다... ㅠㅠ

 

게다가 더 황당한 건 City Tax를 24 유로 추가로 내야 했던 것.

1인, 1박 당 2유로.  6박을 해야하는 우린 24유로를 또

추가로 내야 했다.  저 멀고먼 극동 아시아에서 18시간 (X팔 시간 이라고 외치고 싶다.)

잠도 못자고 여기까지 날아온 이방인 나그네에게 뜯어 먹어도 너무

뜯어 먹는단 생각에 분노가 일었다. 

더우기 당시 5월 유로 환율이 1450원까지 급등했던 우울한 시기라

환차손까지 생각하니 여행 타이밍을 잘못 잡았나 하는 후회까지 밀려온다.

 

우리를 맞는 알바는 젊은 남자 친구 인데 이름은 Francisco,

헤어스타일이나 복장은 불량스러워도 심성은 착해 보여

마음이 놓였고, 기꺼이 거금 74 유로를 현금으로 전달했다. 아~ 속쓰린다...

 

 

시간은 이미  Midnight을 지나고 있고, 짐 정리와 샤워와 숙소 시스템 분석에

몸은 지칠 대로 지친다. 새벽 1시인지 2시인지 모르는 시간에 잠을 청한다.

 

 

 

리스본, 너 나를 실망시키지 마라!!!  분명히 경고한다.

분노의 두주먹을 불끈 쥐고 30%의 설레임을 품고 리스본에서의 첫잠에 빠져들었다. 쿨쿨쿨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