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먹으며 놀기

[아무튼 맛집] 코엑스 '초계국수' + 강남 나들이

졸바맨 2023. 8. 11. 19:51

삼성동 트레이드 타워에서 일하는 친구와 코엑스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나도 서울시민이지만 강북에서 강남 코엑스로 가는 건, 깡 시골에 사는 사람이 읍내 장터에 가는 기분과 유사하다. 왠지 재미난 구경을 할 것 같은 설레임이 있다. 물론 사람구경이겠지만. 난 조용한 강북에서 살되, 가끔 강남에 사람구경하러 가는 게 좋다. 내 집이 홍대입구나 테헤란로 근처라면... (물론 돈도 없지만 ㅋㅋ) 아마 소음과 번잡스러움에 미쳐 버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집에만 있으라고 한다면 권태와 운동부족에 미쳐 버렸을 수도 있다.

 

친구가 베트남 쌀국수, 순대국, 곰탕 등등 몇가지 옵션을 주길래 그 중 '초계국수'를 골랐다. 왜냐하면 내가 소, 돼지, 닭 중 닭을 제일 좋아하기 때문이다. 소고기는 가끔 질겨서 싫고, 돼지고기는 포화지방이 너무 많아서 싫고, 살이 가장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되는 고기가 닭이기 때문에, 그리고 원기 보충이 필요한 한여름이라 닭이 땡겼다. (별로 말이 안되는 논리긴 하다.)

 

초계국수집 입구, 12시 가까워서 그런지 대기 줄이 길다...

가게이름 Full Name은 '미사리 밀빛 초계국수 코엑스점'이다. 아래 왼쪽 사진은 오후 3시 이후, 오늘쪽 사진은 12시경 사진인데 늘 붐빈다. 오늘은 잼버리 단원도 많이 봤다. 상암동 근처에서도, 6호선 전철에서도, 초계국수집에서도 봤다. 친구와 약속이 없었다면 말을 한번 붙여봤으리라. "한국은 처음이지? 새만금에서 고생 많았지? 좋은 추억 많이 챙겨가~"

초계국수 식당 내부
메뉴판

오늘은 첫 방문인지라, 기본 메뉴인 초계국수 (11,000원) 와 왕만두 (4알) 를 주문했다. 친구는 배가 많이 고픈지 곱배기를 시켰는데, 실수였음이 밝혀졌다. 기본도 양이 무지 많더라. 거기다 왕만두까지 먹으니 배가 임신 5개월이다. 소식의 다짐은 오늘 배신 당했다. ㅠㅠ

식당내부에 써큘레이터가 샴 쌍둥이 처럼 생겼다. 점심 손님들이 너무 많아 에어컨만으로 감당이 안되는 듯 했다. 

희한하게 생긴 선풍기

12시 점심시간은 붐비니 조금 일찍 들르는 걸 추천한다.

 

점심후 코엑스 산책을 하다 전시된 야마하 모터사이클을 본다. 멋있긴 한데 노출 부품들이 신경 거슬린다. 내 철학인 미니멀리즘에 위배되어 불쾌하다. 매끈하고 중후한 모터사이클 (할리 데이비슨 같은)이 더 좋아 보인다. 오염수 방류국가의 브랜드라 더 미워보인다.

친구랑 사무실에서 수다를 실컷 떨고 봉은사역으로 가는 길에 '접시 기둥들' (영어로 하면 The column of dishes?) 을 봤다. 아이디어가 훌륭하다. 근처 식당에서 식기가 부족하면 기둥을 깨고 하나 갖다 써도 될 듯하다. 접시나 식기 하나 하나가 모여, 마스게임을 한다. 그래서 통합된 美를 선사한다. 5점 만점에 4.5점을 주고 싶다. - 0.5점은 디자이너의 교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접시 기둥들

지하철 9호선의 어느 역에서 본 공기 청정기는 부하직원들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직장 상사 같다. 술먹고 퇴근하는 어느 사원이 발길질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좀 더 귀여운 얼굴로 디자인 했다면 술취한 지하철 이용객들이 지나가다 뽀뽀를 할 수도 있을 텐데...  공기 청정기 디자이너께 업그레이드를 꼭 부탁하고 싶다.

어느 지하철 붕어빵 집 카피 라이트... '먹는 순간, 당신은 바로 낚일 거예요'  마음에 안든다. '낚인다'는 어감이 안 좋다. '감히 나를 낚아? 맘대로 안될 걸?' 하며 그냥 지나갈 것 같다.

우리동네 빵집의 로고와 비슷하다. '너는 커피가 땡긴다'  이런 광고를 나는 '무의식 최면 기법 광고'라고 하겠다. 마치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시크릿'의 원리를 응용한 듯 하다. 이제 자본주의는 심리학 조차도 똘만이로 거느리기 시작했다. 슬프다...

반나절의 강남 투어지만 나의 눈과 혀와 뇌는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