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영화보며 놀기

[My 뮤지컬] '시카고' 관람 후기

졸바맨 2023. 7. 31. 21:26

어제 뮤지컬 시카고를 관람했습니다. 한남동 블루스퀘어 였는데, 비가 올지 조마조마했어요. 아내가 간만에 잘 차려입은 원피스에 멋쟁이 끈 샌들을 신었는데 폭우라도 오면 스타일 구겨질까봐요. ^^;;  뮤지컬 극장 블루스퀘어는 6호선 한강진역 2번출구 바로 앞에 위치해 있고, 지하철 밖에 나와보니 다행히 비는 오지 않고 하늘만 꾸물거리더군요. 한강진역 2번 출구는 모두 뮤지컬 보러온 커플들 천지네요. 

블루스퀘어 외관

 

 

금번 뮤지컬 '시카고'는 오리지널 내한공연이라, 한글 자막이 제공되는데, 자막에 집중하다보면 배우들 연기나 춤에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더군요. 이럴 줄 알고 미리 '영화 시카고'를 보면서 스토리 예습을 끝냈죠. 참 용의주도하죠?  이런 완벽주의가 사실 인생을 참 피곤하게도 한답니다.

참 배우들이 한국말도 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아빠!!!' 하는 단어를 한국어로 말하니 폭소가 터지네요.

이번 뮤지컬 교환권을 구하신 독서모임 회원님께서 티켓박스에서 이미 교환권을 티켓으로 바꿔서 나눠주시네요. 

 

극장 로비는 시카고 포스터와 Casting 사진 그리고 쇼케이스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로 장사진입니다. 줄을 서시요!!!~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굿즈도 구경한 후, 화장실에서 몸을 비운 후, 입장했습니다. (145분 공연, 인터미션 20분)

시카고 포스터 앞에서
시카고 쇼케이스
시카고 굿즈
시카고 화보집
Cast 보드

저는 2층 4열에 34, 35번 좌석인데 오른쪽 날개 쪽입니다. 우리는 2층 R석인데 1층 VIP석이 좀 부럽네요.

좌: 티켓, 우: 관람석 모습 (2층에서 내려다 본)

 

뮤지컬 끝나고 머릿속을 맴도는 후크송은 3개 였답니다.

 

첫째는 벨마가 부르는 '올댓재즈'

둘째는 6명의 살인피고인이 부르는 팡, 6(식스), 아냐, 우드득, 시세로, 립시츠 송

셋째는 록시하트의 불쌍한 남편 에이모스가 부르는 셀로페인 (셀로판의 영어발음)

 

예전에 영국 피카디리 서커스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난 후에는 OST 전부가 후크송이 되어서 한달 내내 '더 팬텀 오브 오페라 이즈 데어~' 하면서 흥얼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ㅋㅋㅋ

 

참고로 여섯명의 여자 살인피고인이 부르는 팡, 6(식스)....를 정리해 드릴께요.

 

1. 팡 : 남친 껍씹을 때 나는 쏘리 '팡!'이 듣기싫어 살해함.

2. 6 (식스) : 남친이 싱글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부인이 6명이나 되는 몰몬교도라 살해함.

3. 아냐 : 영어 못하는 헝가리 댄서인데 살해후 무죄 주장

4. 우드득 : 의부증 남편이 "너 우유배달부랑 했지?"라고 자꾸 의심해서 살해함

5. 시세로 : 여주인공 벨마가 공연후 묵던 시세로 호텔에서 잠깐 나간 사이에 여동생과 남편이 17번 자세로 관계하는 걸 보고 열받아 둘 다 살해

6. 립시츠 : 남친 립시츠가 알고보니 4명의 여친을 사귀고 있는 건달중의 상 건달이라 살해.

 

뮤지컬 '시카고'는 목숨보다 소중한 대중들의 인기, 그리고 그 인기와 흥행을 갈망하는 여인들의 욕망을 잘 표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20년대 미국 시카고가 배경인데, 쇼킹한 뉴스를 갈망하는 대중들과 니즈에 영합하여 돈을 벌려는 변호사, 미디어 권력의 천태 만상을 보여줍니다. 지금도 신문, 방송, 그리고 최근 1인미디어 (유투브, 틱톡 등등) 까지 갈수록 진실은 외면하고 오로지 튀는 뉴스 만 발굴하려는 어지러운 세상이 되어 가고 있죠.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뭐가 달라진건지...

 

하지만 배우들의 화려하고 때론 코믹한 안무와 군무, 놀라운 성량과 빠른 대사치기... 한때 중년 배우를 꿈꾸기도 한 저에게는 넘사벽이 아니라 거의 천상계 수준이었네요. 그리고 젊음이 부럽디다. 선명한 식스팩 아니 에잇팩 그리고 길죽하고 날씬한 사지들... 쩍쩍 벌어지고 뻗어지는 유연함... 오늘 공연 노고를 치하하며 등심이라도 구워 주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아무리 젊은 나이지만 저렇게 몸을 혹사하면 30년 뒤 정형외과 단골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살짝 걱정 됬음.

아무튼 6만 8천원 (할인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은 공연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