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여행을 마치며... (5/31일)
귀국일이다.
우리 친구 '핑구도스' (수퍼마켓 이름)에서 산 햄치즈 바게뜨 빵, 포도, 돌체구스토 커피가 오늘 아침 식사다. 숙소 'O Quinto Esquerdo'는 셀프 체크아웃이다. 좋은 방을 배정해 준 집주인 Nuno에게 룸 키와 함께 감사의 선물을 남긴다. 한국과 포르투갈의 외교관계가 발전하길 기대하며...
10시 40분 쯤 메트로 Red 라인으로 공항으로 이동해서 11시 10분 쯤 도착했다. 체크인 카운터는 오후 1시 10분에나 오픈 이란다. 카운터 열 때까지 근처에서 죽때릴 수 밖에 없다. 유아 동반 승객을 위한 휴게소에 아무도 없다. 주위에 편하게 쉬면서 기다릴 수 있는 곳은 여기 밖에 없다. 앗, 아니다. 우리 말고도 맞은편 소파에 한 백인 청년이 누워 있다. 여행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귀국도 사람을 설레게 하는지 아내는 약간의 흥분된 기분으로 여기 저기 리스본 공항을 탐색하러 나갔다.
기다리는 시간에 엑셀을 밟는 방법은 수다떨기다. 누워있던 청년과 얘기를 나눈다. 독일 출신인 그는 트랜짓을 위해 리스본 공항에 머무는 것인데 다음 비행기가 저녁 9시란다. 나 같으면 리스본 구경이라도 할텐데 이미 한번 와 본 듯, 그는 이 도시에 무심하다. 그는 세네갈에 8개월동안 자원봉사(w/ 여행) 갔었고 지금은 어디 섬으로 이동 중이란다. (잘 안들렸다.) 이 친구는 아프리카 매니아다. 한번도 밟아본 적 없는 아프리카 여행에도 관심있는 나는 "아프리카에 여행할 만한, 안전한 나라는 어디야? " 라고 물으니 "서 아프리카는 세네갈, 짐바브웨, 모잠비크, 보츠와나... 그리고 동 아프리카는 탄자니아 그리고 케냐가 안전해. 반면에 남아공은 빈부격차 점점 심해지고, 정치적으로도 좀 불안정해서 안전은 장담 못해... " 그도 나이지리아는 아직 가보진 않았단다. "아시아는 와 봤니?" 했더니 "극동 아시아 쪽은 간 적 없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까진 가 봤지."
유럽인에게 동쪽으로 러시아, 중동, 인도... 남쪽으로 아프리카, 서쪽은 대서양만 건너면 미주 대륙... 해외 여행을 즐기기엔 천혜의 조건이라 부럽다. 거꾸로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몰려드는 이민자들은 유럽 각국의 골칫 거리이다. 프랑스는 이미 북아프리카, 중동 이민자들이 차별 철폐와, 실업/ 빈부 격차 해소를 요구하는 집단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 한국이 그런 점에선 골치 아플 일이 적어 다행이긴하나, 저출산을 해소하기 위해 결국은 우리도 이민자 수용을 확대하는 방법밖에 없으니, 더 이상 프랑스의 사태가 강건너 불일 수만은 없다.
유투브를 좀 들을려는데 이어폰이 안보인다. 공항 정탐나간 아내도 전화 연락이 안된다. 갑자기 소설 '화차'가 생각나며 어지러워진다. 하지만 기우였다. 돌아온 아내는 서울과 통화중이었다고 하고, 이어폰도 트렁크에 있으리라 생각하니 평정심으로 돌아온다. 버거킹에서 1.4유로짜리 소주 뚜껑 사이즈의 쬐그만 종이컵 에스프레소를 시키고 아침에 핑구도스에서 산 샌드위치를 먹는다. 1시 10분에 체크인 카운터에 가니 이미 백미터 정도 긴 줄이다. Sky Team Elite 신분임을 주장하고 Sky Priority Line으로 안내되어 체크인은 금방했다. 공항 면세점에서 선물을 구입한다. 그린 와인 두 병, 진자 샘플 (체리주) 6개를 샀고, 유명하다는 베나모르 비누를 5개 샀다. 탑승 게이트 S 16에서도 Sky Team Elite자격으로 조기 탑승한다. 늘 그렇지만 누군가의 대접을 받고 우대를 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행복은 자기만족에서 오기도 하지만, 타인의 존중과 배려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왜냐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관계속에서 비교 지옥에 빠지는 건 오히려 불행이겠지만 내가 존중받는다는 느낌은 행복의 원천이다. 물론 똑같이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해야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이다.
드디어 리스본 공항을 이륙한다. 스키폴 공항에서 다시 대한항공으로 트랜짓하니 벌써 귀국한 기분이다.
인천행 비행기에서 좋은 영화 두편을 봤다. '슬픈삼각형(2023)' 그리고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
이 두영화는 별도로 소개하고 싶다.
13시간의 비행 동안 이번 포르투갈 여행을 정리해 본다. 여행은 관점바꾸기요 패러다임 바꾸기 놀이라고 한다. 이방인이 되어 타인의 삶을 관찰하면서, 내 삷을 반추하고, 비교하며, 뭔가 깨달음을 얻는 재미다. 포르투갈 여행에서 궁금했던 단순한 몇가지다.
1. 포르투갈 거지는 왜 강아지를 데리고 있을까? (자기 살기도 바쁜데 강아지까지 부양할 여력이 있나?)
2. 아내는 숙소 샤워부스가 좁다고 컴플레인을 하는데, 일부 뚱뚱한 유럽인들은 어떻게 샤워할까?
3. 유럽에도 확산되는 배달서비스인 우버 잇츠. Glove, Bolt Food 배달원들은 왜 대부분 흑인 아님 남미계일까?
누군가 아시는 분은 댓글로 답을 주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저의 포르투갈 여행기를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혹시 포르투갈 여행을 준비하시는데 정보가 필요하신 분이나, 포르투갈 여행을 다녀오셔서 추억을 공유하고픈 분들은 댓글 남겨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