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여행하며 놀기

포르투갈 여행 - 라구스의 폰타 다 피에다데 카약 투어 (5/26일)

졸바맨 2023. 7. 12. 13:03

우리부부의 여행은 크게 도시형과 자연형으로 구분된다. 지난 스위스는 자연형이었고, 싱가포르는 도시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순수 도시형과 자연형은 없었다. 소위 하이브리드형이 대부분이다. 즉 호주 같은 경우 도시 40% + 자연 60% 였다고 하면 금번 포르투갈은 도시 80% + 자연 20%라고 할 수 있겠다. 자연 20%가 라구스 여행이고 자연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바로 액티비티다.

 

쓸데없이 서두가 길었다. 오늘의 주제는 휴양지 라구스에서의 신나는 워터 액티비티가 되겠다. 

 

한국서 가져온 죽, 김치로 간단하게 조식을 먹는다. 그리고 여행 피로 회복제, 과일 디저트는 필수. 로컬 과일인 체리와 납작복숭아는 빠지지 않는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달콤한 과일들이다. 식사후 어제 저녁에 입실했기 때문에 아침에 리셉션을 찾아가 체크인을 한다. 와츠앱으로 교신했던 Ebora를 실제로 보니 이상하게 반갑다. 그녀를 통해 아주 편하게 내일 예정인 베나길 동굴 카약투어를 미리 예약하고, 오늘의 액티비티 Ponta da Piedade 해식 동굴 카약 투어를 신청 한다. (Ponta da Piedade 해식 동굴 카약투어는 2명 70유로, 베나길은 2명 80유로이다. 베나길이 10유로 비싸다.) 베나길 투어를 위해서는 숙소가 있는 Lagos에서  버스나 기차 혹은 우버를 타고 포르티망으로 가야한다. 교통비를 포함하면 베나길 투어가 훨씬 비싸지만 우린 아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추억은 명품보다 귀하니까... 하지만 이틀 내내 수상 카약 투어가 살짝 두렵기도 하다. 중년의 나이인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지만 주사위는 던져졌고 루비콘 강은 이미 건넜다. 왔노라 싸웠노라 이겼노라 대신...   예약했노라, 카약탔노라, 즐거웠노라, 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라구스 숙소 발루아르티 다 빌라 아파트먼트 풍경 (바다뷰가 멋있다.)

그런데, Ponta da Piedade Caves 카약투어의 미팅 포인트는 우리 숙소에서 가까운 해변에 위치하지만, 첫 타임이 10시고 둘째 타임이 12시 30분 이란다. 오후를 여유롭게 보내기 위해선 10시가 좋은데 아뿔사 지금 현재 시각 9시 35분...  이럴때 필요한 건 뭐다? 바로 SPEED!!!  방으로 가서 번개처럼 수영복, 레시가드, 샌들. 선글래스 등을 챙기고 어제밤 야간 산책할 때 본 Forte (요새)쪽으로 내달렸다. (거기가 알고보니 미팅 포인트)  휴~ 다행히 늦지 않았다.

 

사물함에 샌들을 넣고, 방수 '아쿠아백'에 스마트폰,지갑을 넣고 말아서 잠그니 소지품 걱정은 클리어. 구명 조끼를 입고 패들을 들고 대서양을 출항하는 바스코다가마가 된 기분으로 해변으로 나가보니 우리가 탈 2인승 카약들이 백사장에 놓여 있다. 우리 팀 인원 구성이 독일, 뉴욕, 캐나다, 호주로 주로 백인들이고 우리가 유일하게 아시아인인데 현지 인솔 가이드가 패들링하는 법을 영어로 설명한다. 아내와 나는 한탄강이나 호주에서 래프팅을 여러번 했던 경험이 있는지라 별로 귀담아 듣지 않는다.

 

드디어 출발이다. 잔잔한 에메랄드 빛 바다 위 윤슬이 눈부시다. 해풍은 온몸을 기본좋게 간지럽히고,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이 심장을 뛰게 한다. 카약투어는 환상적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온갖 기암 괴석의 해식 지형은 바다의 카파도키아다. (카파도키아 : 터키 중부 내륙지역의 침식 지형으로 유명한 동네)  해저 동굴 안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웅장한 해저 문을 통과하기도 하고.  각각의 형상들을 '침실'이다, '키친'이다 하는 이름도 붙여 놓았다. (우리나라도 형제섬이다, 거북섬이다. 이름을 붙이는데 섬이나 봉우리에 이름 붙이는 습관은 전 인류 공통의 표현 욕구인가보다.) 어림잡아 부산의 오륙도의 한 10배 규모는 될 듯하다. 

 

카약 투어 이모 저모
에메랄드 빛 바다와 아치형 다리
좌: 어느 해변, 우: 방수 아쿠아백 (카메라를 넣고 빼기 좀 불편했다.)

끄트므리 등대가 있는 절벽 바위로 갔을 때, 갑자기 파도가 매섭게 출렁이는 바람에, 아내가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살짝 공포를 느꼈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의연한 모습을 견지할려고 노력한다.  우리 부부는 카약 패들링이 서투른건지, 팔 힘이 없는 건지 다른 카약들 보다 계속 뒤쳐져서 따라가기 바쁘다. 아내는 자꾸 뒤쳐지는게 불만이라 나에게 볼멘소리를 한다. 솔직하게 아내와 단둘이 카약 투어를 하면서 좀 더 꼼꼼히 여유있게 해식동굴들을 감상하고 싶었는데 그건 비용이 훨씬 비쌀 것이다. 우린 언제쯤 뒤쳐지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 날까...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중에 어느 해변에서 잠시 카약들을 정박하고 약 15분간의 휴식시간을 갖는다. 수영하기에는 물이 얼음장처럼 차다. (따뜻한 멕시코 만류가 흐르는 걸로 알고 있는데 왜이리 찰까?)  자연속에서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한다.

좌: 해변에 카약 주차 후 몸 담그기, 중, 우 : 정박된 카약과 아쿠아백
좌: 카약 투어 중 들렀던 해변 모습, 우: 도착후 해변에서 인증샷

2시간의 카약 패들링이 상당히 중노동이란걸 깨닫고, 무리하지 않기 위해 휴식했던 해변에서 출발점까지는 모터 보트에 카약을 견인해 편히 복귀하기로 한다. 짐찾고 발 씻으니 벌씨 12시 30분...  기분좋은 배고픔이 찾아왔다. 우린 어제 봐둔 구시가지 골목길의 'My Sushi'라는 무제한 스시집으로 갔다. 스시는 배터지도록 시킬 수가 있었고, 더이상 위장에 집어 넣다간 복부 파열이 될 것 같다는 공포감이 들기 직전까지 먹었다.

My Sushi 모습

 

My Sushi에서 주문한 먹방 요리들

숙소와서 샤워하고 약 1시간 반, 씨에스타 (낮잠)를 가진다. 오후 일정은 Ponta da Piedade 해변 절벽길 산책하기. 숙소 리셉션 Ebora는 편도 40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우리 부부는 사진 촬영을 꼼꼼하게 하면서 걸었더니 총 1시간 45분이나 소요되었다. 하지만 절벽 꼭대기 길에서 바라본 바다와 해변과 천변만화의 기암괴석들을 보면서 걷다보니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육지에서 내려다보는 저멀리 대서양은 원색의 파랑이다. 새털 구름과 시원한 바람에 흔들리는 풀들이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속 자연을 보는 듯하다.

 

멋진 해변 절벽과 멀리서 본 카약 투어리스트들
라구스의 카파도키아라 할만한 매혹적인 풍광
어느 Private Beach
Ponta da Piedade산책길 풍경들
그랜드 캐년 필나는 독특한 지형들
Ponta da Piedade의 환상적인 풍경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최고의 산책을 즐기다 보니, 어느덧 등대에 도달했고, 영국 브라이턴의 세븐시스터즈와 닮은 절벽이 멀리 보였지만 아픈 다리가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하며 우릴 말렸다. 근처에서 우버를 불러 타고 구시가지 골목길에 미리 검색해둔 피자 레스토랑 "Giovanni" 로 향했다. 토마토, 햄, 머쉬룸이 들어간 Capricciosa 피자, Mixed 샐러드 그리고 하우스 화이트 와인을 주문했다. 시장해서 그런지 뭘 먹어도 맛있다. 서빙보는 친구는 이름이 'Jose'인데 브라질 출신이다. 놀랍게도 강남스타일, BTS를 알고, 오징어 게임을 봤단다. 한류바람이 포르투갈과 브라질까지 불고 있음을 확인했다.

좌, 중: 식당 Giovanni, 우: 주문한 피자와 샐러드 그리고 화이트와인

기분좋은 포만감을 느끼며 산책삼아 구시가지에서 쇼핑을 하고, 내일 타야할 포르투망행 버스 정류소를 사전 답사했다. 해는 저물었고, 아내가 한기를 느껴 바로 숙소로 복귀했다. 오늘 카약후유증인지 엉덩이 뼈부분 살이 까져서 쓰라리다. 카약이 플라스틱 재질인데 좌석 부분이 고정이 안돼 있어 엉덩이가 앞뒤로 움직이다 보니 그랬던거 같다. 내일도 카약 투어인데 엉덩이가 닳아 없어지지나 않을까 두렵다. 그래도 예약해놨으니 가야 한다. 피곤했던지 눈을 감자마자 순식간에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좌: 강아지를 안고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아저씨, 중: 되게 착한 강아지, 우: 포르투갈의 상징 제비
좌: 버스킹, 중: 버스터미널, 우: 벽화
골목길 벽화들이 예술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