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여행하며 놀기

포르투갈 여행 - 리스본 첫날 (5/17일)

졸바맨 2023. 7. 3. 15:20

리스본의 아침!  마치 영화 제목 같군.

 

우리의 첫 숙소 O Quinto Equerdo는 인테리어가 나쁘지 않다.

Welcome Food는 그 유명한 에그타르트다. (대만족!!) 

아파트지만 호텔 못지 않은 세심함.

이번 여행은 포르투갈만 2주다. 하지만 남들보다 많이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일까?

아니면 세상에 갈 곳이 얼마나 많은데 포르투갈을 두번씩 오겠나? 

다시 안 올 나라니 철저히 보겠다는 의지일까?

무작정 서두르겠다는 의식과 시차 부적응 때문에 새벽 6시에 벌떡 눈을 떳다.

(겨우 4시간 수면에 정신이 몽롱하면서도 맑다.)

죄: 아파트 웰컴 푸드 : 파스텔 드 나타 (에그타르트), 커피, 초컬릿, 포르투 와인 샘플 등등, 우: 파스텔 드 나타
좌: 유럽식 엘리베이터, 우: O Quinto Esquerdo 의 정문 (양쪽에 Fitness 센터가 있음)

구글맵상으로 여행 핵심 구역의 약간 북쪽 외곽에 위치한 숙소라

핵심 관광 지역으로는 메트로를 이용해야 한다. 근처 역 이름은

파란 라인 (아줄라인?) 과 빨간 라인의 환승역인 Saldanha 역.

 

한국에서 미리 온라인 구매했던 48시간 리스보아카드는 

모레부터 개시하기로 했으니 오늘은 시내까지 가는

편도 메트로 티켓 (비바젬 카드)을 끊기로 했다.

근데 왠걸 티켓 기계가 나의 마스터 신용카드를 인식 못한다. 

현금을 투입해본다. 이런 제기랄... 티켓없이 동전만 잔뜩 토해낸다.

리스본 지하철 공사, 이나라 교통부 그리고 총리에 대해 쌍욕이 하고 싶어진다.

그나마 불행중 다행으로 투입했던 지폐와 토해낸 동전의 합계는 희한하게 맞다... 

역구내에 도움을 청할 안내원도 없다.

티켓 머신 앞에서 우리처럼 헤매는 관광객이 나 말고도

몇이 더 있었으나 신기하게도 곧 해결하고 티켓을 받아 간다.

벌써 30분이나 지났다. 벌써 9시가 넘었다. 리스본 첫날인데 지하철 승차부터 꼬인다는

이 현실이 납득되지 않는다.

'오  신이시여...  나랑 이 나라는 안맞나요?'

 

급기야, 표를 끊고 돌아서는 어느 포르투갈 청년에게 도움을 청한다.

친절하고 밝은 미소로 내가 해봤던 모든 프로세스를 

똑같이 밟아주었는데... 놀랍게도... 현지인인 그가 해도 안된다.

기계 문제인 것이 틀림없다. 

이때 나는 뻔뻔스럽게 그에게 자기 카드로 티켓을 끊어주면, 내가 그만큼 현금을

주겠다고 제안해 본다. 그가 흔쾌히 승낙하고 자기 카드로 시도했더니

오!! 드디어 성공!! 

 

우리는 이후로 그를 "리스본 천사"라 불렀고, 티켓기계는 "진상기계"라고 칭했다.

나를 멘붕에 빠뜨렸던 Saldanha역의 메트로 티켓머신

오늘은 시내 관광지를 전반적으로 둘러 보기로 한 날이라

우선 중심지라고 하는 "바이샤시아두역"에 무작정 내렸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카페 브라질레이라 앞에 인증샷 플레이스 페르난도 페소아 청동상이다.

페소아는 포르투갈의 조정래 쯤 된다고 할까? 포르투갈 국민이 사랑하는 작가이다.

그의 산문집 "불안의 서"를 여행전에 읽고 오려고 했으나, 시간이 촉박해서 못 읽었다.

여행 후 다시 읽어 보려고 했는데 난해하고 재미가 없더라.

물론 그의 영혼을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되었는지 모른다.

포르투갈 국민작가 페르난도 페소아 동상

좀 걷다 보니 상호케 성당이다.

유럽에서 성당은 거기서 거기... 들어가진 않고 그냥 밖에서

이번 투어의 무탈을 기원한다.

 

구글맵에만 의지해서 도보 진군을 계속하는데,

가고자 하는 곳 (호시우 광장 쪽)은 안나오고 계속 오르막으로 간다.

그러다가 마주친 탁트인 곳은 알칸타라 전망대이다.

(리스본은 전망대가 천지 삐까리다. (매우 많다.)  그만큼 언덕바리가 많다는 뜻, 즉 다리가

고생할 거란 암시)  건너편 알파마 지구와 저지대 도심지 그리고 멀리 테주강도 보인다.

알칸타라 전망대

다시 구글맵에 의지하다가 또 헤맨다. 

점점 햇살은 따가와 지고, 나의 준비만 믿고 따라온 아내의 눈총도 따가와 진다.

드디어 오벨리스크가 솟은 광장에 도착 (광장이름은 발음도 어려운 헤우타우라도스 광장)

갑자기 허기가 질 때 눈에 들어온 광장 맞은편 "피노키오" 라 적힌 식당으로 들어간다.

해물밥을 시켰는데 나쁘지 않다. 빵도 무료다.

우리가 1빠 였는데 몇 분 상간에 관광객과 현지인으로 꽉차는 걸 보면

맛집임이 분명하다. 기분이 좋다.

좌: 피노키오 전경, 중: 서빙보는 웨이터 들, 우: 메뉴판
 좌: 헤스타우라도스 광장, 중: 기분좋은 우리 부부, 우: 포르투갈 해물밥

 

리스본의 광화문 광장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호시우 광장을 둘러보고

근처 Pingo Dose (핑구도스)에서 오렌지 착즙 주스를 사서 신나게 목을 축인다.

(우린 유럽에만 오면 착즙 주스 중독이다.)

그리고 스위스에는 Coop이 있듯이 여긴 Pingo Dose (수퍼마켓) 다!!   

여행의 오아시스 핑구도스!! 내 친구 핑구!!

 

핑구도스의 오렌지 착즙 기계 (우리 부부의 최애 주스)

 

호시우역에서 내일 떠날 신트라행 열차 티켓을 구입하고

코메르시우 광장으로 나아간다. 

광장은 5월 중순인데 서울의 8월처럼 태양이 작열한다. 

차라리 불의 광장이라 부르고 싶다.

(타들어가는 햇볕 아래 인증샷은 밝게 미소 지으면서 찍는다.)

오늘 알파마 지구까지 예습을 할려고 하였으나 

대낮 온도가 27도에 육박해서 과감히 포기한다.

(단, 유럽의 대부분 도시가 그렇듯 햇볕이 따가워도

그늘에 들어가면 너무 시원하다.)

상좌: 호시우 광장, 상우: 호시우 광장의 노천가게들, 하좌: 개선문, 하중: 코메르시우 광장, 하우: 테주강변

 

 

대신 120년 된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를 탑승하러 갔다.

예외없이 기나긴 줄이다. 변방의 포르투갈은 좀 더 한적할 것이란

나의 기대는 착각이었음이 드러났다.

기다림이 지루해서 내 뒤의 노부부와 영어 스피킹을 한다.

영국에서 포르투갈로 4일짜리 짧은 휴가를 왔단다. 올 12월에 65세 나이로

은퇴를 할 꺼라고 자랑한다. (열심히 일한 당신, 즐겁게 은퇴하시라~)

 

엘리베이터는 호시우 광장 쪽 저지대와 시아두 고지대를 연결하는

일종의 푸니쿨라인데, 지금은 순전히 관광상품이다. 

좀더 운행 시간을 빨리하면 돈을 훨씬 더 많이 벌텐데, 

포르투갈은 시간이 멈춘 나라인게 맞는 듯하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만큼, 내 마음에도 여유라는 것이 좀 생긴 듯하다.

여유있게 엘리베이터 꼭대기의 전망을 즐긴다.

 

산타주스타 엘리베이터와 전망

다시 호시우 광장으로 내려와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배꼽시계가

울린다.  유명한 노란색 28번 트램을 타고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에서 내려

인증샷을 찍고 맛집으로 유명한 "리스보아 투 이 에오"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 줄서서 기다린다.

(여긴 뽈뽀 샐러드와 바캴라우 아 브라사가 너무 맛있어 두번 더 왔더랬다.)

좌: 28번 트램, 우: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에서 본 풍경
알파마지구 맛집 리스보아 투 이 에오
좌: 뽈뽀 샐러드 (문어 샐러드),  우: 바칼랴우 아 브라사 (대구와 감자 으깬 것)

 

시차와 여독이 우리 부부의 컨디션을 다운시켰고, 

해가 지니 춥고 졸립고 허리도 아픈 아내를 부축해서 숙소로 귀환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