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여행하며 놀기

"다시, 포르투갈"을 읽고... - 포르투갈 여행 준비 (D-4)

졸바맨 2023. 5. 12. 16:53

포르투갈 여행 D-4인데 대략적인 일정만 잡고, 구체적인 동선은 결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느긋합니다. 이번 여행 컨셉은 느리게 여행 하기 입니다. 회사 다니는 동안은 여름 성수기에 임박해 여행지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항상 여행지는 붐비고 여행기간이 짧아 가이드 북에서 가라는 데만 가서 인증샷 찍으면서 순례하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이번 포르투갈 여행은 퇴직 후 최초의 해외 여행이고 그다시 극성수기는 아니라 좀 여유있게 여행 하려 합니다. 남들이 잘 안 가는 데도 가보구요.

 

그러다 보니 셀프트레블, Just Go 와 같이 음식 레시피 같은 가이드 북 대신 여행 에세이를 더 읽을려고 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김창열 작가님의 "다시, 포르투갈"입니다. 부제는 "외로움도 찬란해지는 나라, 포르투갈의 스무도시를 걷다" 입니다. 누가 추천한 것도 아니구, 마포 서강 도서관에서 포르투갈 관련 에세이 책들을 모두 쌓아 놓고 발췌독을 하다가 이 책을 고르게 된 것입니다. 이유는 작가의 시선이 독특해서입니다. 대상을 설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예를 들어, 저자는 포르투갈 전통 노래인 "파두"의 기반 정서인 "사우다드"를 이해하기 위해 영국인 묘지를 방문합니다. 보통의 관광객이라면 알파마에 있는 파두 공연 하나 보고 끝내기 마련인데, 가이드 북에 나오지 않는 장소를 골라 포르투갈 사람들의 정서를 이해해 볼려고 합니다. 저는 이런 점이 좋았습니다. 남들 다가는 유명 관광지만 좇아 갈 것이 아니라, 나만의 관점과 컨셉을 가지고 나만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곳으로 스스로를 이끌어야 진정한 여행의 의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여행을 가는 목적이 무엇인지 좀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국인 묘지를 방문한 저자의 글은 이렇습니다.

 

사우다드를 정확히 느끼고 설명하는 일은 잠시 머물다 떠나는 여행객인 나에게는 벅찬 일이다. 두 눈을 감고 파두를 듣다 보면 어떤 감정이 희미하게 떠오르는 듯하지만 구체화되지는 않는다. 손을 뻗기 전에 사라진다. 내가 느낀 이 감정을 구체화 하고 싶었다. 사우다드를 느낄 만한 장소가 있을까 싶어 리스본 지도를 펼쳤다. 영국인 묘지 (Cemiterio dos Ingleses)를 발견한 것은 그 때였다. 고향을 떠나 리스본에서 살다 간 영국인들이 묻힌 것이다. 강제로 떠나온 추방자와 스스로 떠난 이민자가 함께 묻혔다. 정든 고향을 떠나 포르투갈에서 이방인의 삶을 살아가던 영국인들은 포르투갈의 그리움, 사우다드를 느낄 수 있었을까? 한 낮에 찾아간 영국인 묘지는 나의 예상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스산함이 없었다. 외려 아늑했다. (중략)

 

작가는 포르투갈인들이 느끼는 사우다드를 포르투갈에서 살다간 영국인은 과연 느꼈을까? 라고 화두를 던집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일 것입니다. 저도 이번 포르투갈 여행에서 지금까지 나온 포르투갈 여행서와는 다른 새로운 이야기와 장소와 관점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너무 철저히 여행 계획을 짜지 않을 작정입니다. (제 게으름에 대한 변명이 아님을 강변합니다. ^^)